좋은 詩 두레반 /오탁번 청원 이명희 2017. 12. 11. 19:23 * 두레반 / 오탁번잣눈이 내린 겨울 아침, 쌀을 안치려고 부엌에 들어간 어머니는 불을 지피기 전에 꼭부지깽이로 아궁이 이맛돌을 톡톡 때린다 그러면 다스운 아궁이 속에서 단잠을 잔 생쥐들이쪼르르 달려 나와 살강 위로 달아난다 배고픈 까치들이 감나무 가지에 앉아 까치밥을 쪼아먹는다 이빠진 종지들이 달그락대는 살강에서는 생쥐들이 주걱에 붙은 밥풀을 냠냠 먹는다햅좁쌀 같은 햇살이 오종종히 비치는 조붓한 우리 집 아침 두레반 * 시는 저녁연기 같은 것이다 / 오탁번 가난하지만 평화로운 마을, 초가집 굴뚝에서피어오르는 저녁연기가 바로 시다.해가 지는 것도 모른 채 들에서 뛰어놀다가터무니 없이 기다랗게 쓰러져 있는내 그림자에 놀라 고개를 들면 보이던어머니의 손짓 같은 연기.하늘로 멀리멀리 올라가지 않고대추나무 높이까지만 피어오르다가저녁때도 모르는 나를 찾아 사방으로 흩어지면서논두럭 밭두럭을 넘어와서어머니의 근심을 전해주던 저녁연기.이게 바로 시다.저녁밥을 먹으려고 두레반 앞에 앉으면솔가지 타는 내가 배어 있는 어머니의 흰 소매에서는아련한 저녁연기가 이냥 피어 오른다.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