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詩

너를 떠나가며 / 안희선

청원 이명희 2018. 4. 26. 07:25

 

 

 

 

 

    안녕이라 말하는 내 목소리 자꾸만 헝클어진다 따스함으로 스미던 너의 얼굴이 한없이 낯설게 느껴져 차곡히 마름질해 내리는 하얀 이별 나를 밀어낸 네 마음이 차갑기만 해서 이제, 나도 돌아선다 길 잃은 어둠 속에서 내 안의 너를 애써 지우며 추호도 허황되지 않은 절망만 간직한 채 너를 떠나간다 그러나 파랗게 질리어 응어리지는 저 사랑의 기억만은 지울 길이 없어 널 향한 그리움은 아직도 내 인생 안희선, 너를 떠나가며

 

 

 

 

 

 

    우리 서로 보고 싶다는 말은 차마 접어두자 그립다가 웅크린 가슴에 진주알이 송송 박히듯 가장 외롭게 만든 이름 끝내 만나지는 못하여도 우리 서로 그립다는 말 대신 바람으로 마주쳤다는 엉뚱한 이야기와 구름 속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를 들었다고 차라리 먼 이야기를 하자 최석근, 그립다는 말

 

 

 

 

 

 

    눈부신 만남이 아니어도 굳이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내생에 단 한 사람 당신위해 살 수만 있다면 운명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날마다 그윽히 떨리는 사랑으로 활을 쏘아 올리수만 있다면 행복이라고 말하리 숨이 멎을 만큼 심장의 박동수가 올라가도록 큰 파장의 사랑 생을 물들여도 늘 바라보며 지켜 보는것으로도 생의 가장 큰 보람으로 살아가리 그대를 사랑하므로 바라만 보아도 눈물고여 생각만 해도 좋을 사람 소유하지 않는 마음이라도 늘 함께 할수만 있다면 그리움 보듬으리 당신으로 인해 기뻐하며 살아가는 삶의 의미가 더 아름다우므로 산다는 것이 박현진, 산다는 것이 아름다우므로

 

 

 

 

 

 

    너를 잊을 수 있을까 우리가 사랑한 날들이 얼마나 행복했는데 풀었다 놓았다 하며 하늘 높이 날리던 연이 한순간 줄이 툭 끊어져 멀리 멀리 달아나는 것처럼 너를 다시는 못 만날 것만 같다 그리움이 절망이 되어 내 마음속 깊이 찾아들어와 날 괴롭혀도 너를 영영 잊어버릴 수 있을까 나에게 속삭이던 사랑의 말들이 지금도 퍼렇게 살아서 내 마음속에서 자라고 있는데 묶어놓지 못한 사랑이 안타깝다 멈출 수 없는 아픔 뿌리내리고 주저앉아버린 내 사랑의 기억을 어떻게 할까 너를 잊을 수 있을까 너를 영영 떠나보내면 아무도 모르게 숨겨놓은 슬픔이 내 가슴에 멍이 되어 파랗게 물들어올 텐데 그 아픔을 혼자 감당할 수 있을까 용혜원, 너를 잊을 수 있을까

 

 

 

 

 

 

    세상에 와서 내가 하는 말 가운데서 가장 고운 말을 너에게 들려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가진 생각 가운데서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표정 가운데 가장 좋은 표정을 너에게 보이고 싶다 이것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진정한 이유 나 스스로 네 앞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이다 나태주, 너를 두고

 

 

 

 

 

 

    누구나 나를 조금씩 들춰보고 간다 화창한 봄날 햇살이 그렇고 어디라도 떠나고 싶은 가을 선선한 바람이 그렇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은 헤픈 책장이 된다 지나버린 옛 페이지들을 열어주며 어린아이처럼 들뜬다 하지만 지나간 이들은 모두 나를 건성으로 훑어보았다 오히려 없었으면 더 좋았을 주석 한두 마디를 남기곤 휑하니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창가 팔랑이는 가을 나뭇잎새들이 자꾸 내 마음의 페이지를 넘기는 날 내가 건성으로 지나쳐 온 사람들의 얼굴을 오늘 다시 꼼꼼히 읽는다 송경동, 내 마음의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