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나의 단 시조 능소화 연정 /권혁모 시조 평론 청원 이명희 2018. 5. 28. 21:14 능소화 연정/청원 이명희 하늘을 바라봄도 죄가 될까 두려운 눈뜰 수 없는 아픔 폭양 속 넌출 거려도 살아 선 지울 수 없어라 가슴에 찍힌 사랑의 화인[火印]. 꽃이 귀할 한여름에 담장 타고 올라가 주황색의 열정을 쏟아내는 능소화 그에게도 연정은 있었나 보다. 어떤 사랑의 아픔으로 가슴에 불도장을 찍었는가, 사랑은 죄까지도 모두 감싸 안아야 하는가? 이명희의 「능소화 연정」은 읽는 이에게 저마다의 추억을 사색하라며 채근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사랑을 가슴 깊이 숨겨 둔 때문일까, 어떤 사랑이면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죄가 되는가? 눈부시게 젊은 태양의 계절 앞에서 능소화는 가슴에 불도장을 찍었다 한다. 이 작품은 첫째, 단순히 능소화에 인격을 부여하여 별리의 아픔을 연출하게 하거나 둘째, 작품 속 화자를 통하여 필자의 정한(情恨)을 대신 진정코자 한다. 시에서 중의법(ambiguity)이라는 ‘복선’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복선을 이룬 만치 의미 확장과 시의 깊이가 가능한 것이다. - 시조미학 2018 겨울호 시조 평론 권혁모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