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詩 바람의 강 /임동윤 청원 이명희 2018. 6. 24. 19:19 바람의 강 / 임동윤 바람 많은 강을 거슬러 온 세월은 죄다 주름이 되었을 것이다 마른번개와 천둥의 밤, 잔가지들이 흔들려 단단한 어깨 축축 늘어졌을 것이다 너무 많은 길을 걸어와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당신, 궤도에서 벗어난 종아리마다 실핏줄 툭툭 터져 세계지도를 그렸다 검버섯 환한 팔순의 폐답, 더 이상 펌프질이 필요 없는 삭정이 같은 팔다리 얼굴 가득 인화된 팍팍한 생의 물결무늬 어쩌면 저 문양은 내가 빨아먹고 혹은, 갉아먹다 버린 잎맥인지도 모른다 만지면 금세 풀썩 사라질 것 같은 그 길을 따라가 본다 작달막한 몸과 말라비틀어진 가지 바람 많은 길을 참 많이 걸어와 온통 거미줄 뒤덮인 폐가인데 아직 그 몸에서는 장미꽃보다 더 진한 젖냄새가 난다 푸른빛 남아도는 내 몸에서는 어떤 빛깔의 향기와 무늬도 없는데 바람 많은 강을 거슬러온 그 몸에서는 여전히 나무 타는 냄새가 나는 것이다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