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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주순화

청원 이명희 2018. 6. 24. 19:39



      누군가 나에게 사는 것 어때 하고 묻는다면 / 주순화

      누군가 나에게 사는 것 어때하고 묻는다면
      열이 무척 심하던 날
      뜨거운 이마에 찬수건 슬며시 얹어 놓고
      걱정하는 커다란 두 눈을 가진
      나의 아들을 얘기할 테야

      누군가 나에게 사는 것 어때하고 묻는다면
      직장생활 속상해
      많은 양의 술을 마시고 늦은 시간 귀가했던 날
      24시간 오픈한 약국을 찾아
      찬 냉수 한잔과 함께 약을 건네주던
      나의 남편을 얘기할 테야

      누군가 나에게 사는 것 어때하고 묻는다면
      2년 만료인 전세계약이 끝나
      오른 집값 감당 못해 한숨만 내리쉬던 날
      색 바랜 통장과 함께 도장을 슬며시 건네주던
      우리 엄마를 얘기할 테야

      누군가 나에게 사는 것 어때하고 묻는다면
      가끔은 형제의 일들이
      너무 복잡해 며칠 얼굴도 보이고 싶지 않던 날
      예쁜 밤색셔츠를 사서 건네주며
      늘 고맙다며 어깨를 감싸주던
      우리 언니들을 얘기할 테야

      누군가 나에게 사는 것 어때하고 묻는다면
      이유 없이 우울하고 외로워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다 전화 걸면
      밤이 새도록 곁을 지켜주는
      나의 친구를 얘기할 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