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詩 적막이 적막에게 / 신달자 청원 이명희 2018. 8. 10. 19:42 적막이 적막에게 / 신달자 내 안에서 늘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 어쩌다가는 쿵쿵 쾅쾅 하는 거센 소리도 들리지 오늘은 그 소리 내 밖으로 터져 나가서 옆구리가 욱신거리기도 했어 적막을 베고 적막을 쓸고 적막을 깨부수어 허공 계단을 만들고 있는지 허공의 부스러기들이 우박으로 새벽잠을 두들긴 게야 계단은 그때 한 단계 만들어지나 봐 오르고 싶었어 몇만 평 평야보다 넓어지는 이 허공을 조각하여 오르고 또 오르면 거기 도무지 무엇이 있을까 거기 또 다른 허공이 적막을 두르고 날 오라하면 오늘은 그렇다네 허공계단을 밟고 경건히 오르고 올라서 계단 하나하나를 접어 건반처럼 뼈가 울리는 소리가 나도록 오르고 싶어, 지상의 들붙는 먼지들은 내리고 나도 한 번은 깨끗하고 상긋하게 그렇게 사뿐하게 오르고 싶어 오르고 싶을수록 내 안에 부시럭거리는 소리 높아지고 누구하나 손잡아 주는 이 없이 나는 서서히 오르는데 긴 구름치마를 끌며 아카시아꽃 화관을 쓰고 나 오르지 거기 나비무늬의 비단 적막이 날 반기네 여기서는 한 번은 아프지 않게 웃어보라 하네 내려가는 계단은 지워도 좋겠어 실은 여기가 바로 거기라네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