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詩

너에게 쓴다

청원 이명희 2018. 9. 17. 10:24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자리 잎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잎 진자리 새가 앉는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 풍화되었다

 

천양희, 너에게 쓴다

 




 

어느 순간,

햇빛이 강렬히 눈에 들어오는 때가 있다

그럴때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잠시 눈이 멀게 되는 것이다


내 사랑도 그렇게 왔다

그대가 처음 내 눈에 들어온 순간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나는 세상이 갑자기 환해지는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로인해

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될줄

까맣게 몰랐다


- 눈이 멀었다 / 이정하

 

 

 


 

 

멀리서 당신이 보고 있는 달과
내가 바라보고 있는 달이 같으니
우리는 한 동네지요
이곳 속 저 꽃
은하수를 건너가는 달팽이처럼
달을 향해 내가 가고
당신이 오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움은 오래되면 부푸는 것이어서
먼 기억일수록 더 환해지고
바라보는 만큼 가까워지는 것이지요
꿈속에서 꿈을 꾸고 또 꿈을 꾸는 것처럼
달 속에 달이 뜨고 또 떠서 
우리는 몇생을 돌다가 와
어느 봄밤 다시 만날까요


- 아득한 한뼘 / 권대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