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나의 詩 비에 관한 시 모음 # 청원 이명희 2019. 6. 29. 11:29 비오는 날의 일기 /청원 이명희 아무런 일 없었던 것처럼 덤덤하게 살 수 없어 가슴 언덕에 묻어둔 그리움 봇물처럼 터트리고 만 거니 스스로 온 몸 달궈 흐드러진 화음으로 가슴 차오른 아픔 쏟아내며 울고 있는 거니 더 이상 다가 설 수 없어 가만히 불러볼 수밖에 없다고 외로워 하지 마라 서러워하지도 마라 안으로 삭힌 곡진한 마음 속 불씨의 추억 사뭇 숨이 차다 내게 박힌 너의 흔적 내 영혼에겐 언제나 못질이다 여울여울 붉은 꽃 떨어져 그 환한 봄날이 가고 또 다시 그 여름이 온다고 아우성처럼 날 부르지 마라 비가 오는 날 /청원 이명희 온갖 것 다 적시고 말 작정인 듯 왼 종일 사분사분 오달지게 내리는 비 마음으로 딛고 가는 잿빛 하늘에 그리움 하나 얹어놓는다 저물도록 헛헛한 마음에 서성이는 슬픈 변주곡 세월의 한 귀퉁이 돌고 돌아 서로에게 젖기까지 얼마였던가 변방을 떠도는 신트림 같은 인연 연신 동그라미를 그리는데 등이 휜 우산 하나 길 위에 덩그렇다 비가 내리는 날엔 /청원 이명희 더욱 절절하게 水草를 끌어안고 도는 강물처럼 사랑했던 사람들이 생각 난다 소리 없이 마음을 적시는 빗줄기 따라 사방의 벽을 허물며 어디론가 자유롭게 흘러,흘러 가고 싶다 창 넓은 찻집에 앉아 기억이 키워온 메아리 같은 추억에 잠겨 묵은 팝숑을 들으며 달달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 어디서부터 오는 목마름일까? 아무런 저항도 없이 흠벅 젖은 창밖의 구부정한 저 낙목(落木)처럼 온 몸으로 비를 맞고 싶다 비오는 날의 삽화 / 청원 이명희 매달려 있는 것들은 땅으로 내려앉기 위해 갖은 몸부림을 친다 떨어지기 직전 내지르는 함성 같은 절박함은 목젖으로 올라오는 옥죄는 결박 질겅질겅 삼키며 빈 행간에 신화처럼 살아있어 뒤척거리는 그리움은 까치걸음으로 쏟아지는 빗줄기 속 넉넉히 풀어 놓은 안개 털어내며 길모퉁이 돌고 돌아 언덕길로 향한다 뻐끈한 하루가 저물어 간다 울타리처럼 늘어 서 있는 은행나무 가로수 맑은 가난을 소유한다. 밤새 비 내리고 / 청원 이명희 감정을 빨아들이며 무섭게 커가는 붕괴의 구멍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침몰되고 있습니다 가로막고 있는 장막을 치우는 일 앞이 캄캄할 때 마다 마음자락 일궈 당신을 향한 기도 입니다 한 밤 내 줄기차게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마음자락 일궈 토해낸 회개의 눈물 같은 비가 절규하듯 사랑은 비처럼 / 청원 이명희 가득 담아 놓고 싶은데 갈비뼈 사이로 추적추적 흘러 내린다 미치도록 적요했던 열길 마음속 스멀스멀 적셔 놓고 청정함을 잃지 않는 회오리진 그리움까지 툭 터뜨리며 운명처럼 거부할 수 없이 긴긴 가뭄 끝 갈증을 해갈하듯. 초록비 /청원 이명희 안개보다 짙은 회색빛 하늘 아무리 생각을 키워 손을 뻗어도 멀치감치 차단된 그리움의 높이 서로의 영혼을 위해 침묵했던 시간 사유의 숲을 걸어 나온 초록 비 소통을 위한 갈망으로 마음을 적신다 소리 없는 절규! 소리 없는 욕망! 소리 없는 언어! 매김 소리 같은 가냘픈 외침 비로소 더 큰 울림으로 되살아나는 것들을 묵도 한다 장마 / 청원 이명희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야위지 않은 상흔 진하게 우려 깊숙이 가둬 놓은 채 춥다고 딸꾹질 하며 몇 날을 앓는다 얼마나 많은 상처로 범벅이 되어야 찐득한 저 눈물이 멈출 수 있을까 언제쯤 청때 낀 바위틈에 뿌리 내려 움 하나 틔울 수 있을까 주무르고 버무려 놓은 차디찬 땅에 짐승처럼 그림자로 누워 한 뜸 한 뜸 침을 꽂는다 절여진 긴 그리움 풀어 목 쉰 서러움으로. 겨울 비 /청원 이명희 몽환처럼 피어나는 안개 속으로 차가운 비가 내립니다 지난해 맺었던 열매 인연의 끈 놓지 못해 아직도 비틀어진 그림자를 안고 홍건이 젖고 있습니다 마디마디 꺾어진 굽이마다 가슴 억누르고 참았던 눈물같은 비가 내립니다 수없이 무너졌지만 놓을 수 없어 건조해진 마음에 닺을 올린 침묵 한량없이 젖고 있습니다 바닥에 내려놓고 싶은 생의 장벽 허물며 허물어가며.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