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Kipniss
초겨울 저녁 / 문정희
나는 이제 늙은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 버리고 정갈해진 노인같이 부드럽고 편안한 그늘을 드리우고 앉아
바람이 불어도 좀체 흔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무성한 꽃들과 이파리들에 휩쓸려 한 계절 온통 머리 풀고 울었던 옛날의 일들
까마득한 추억으로 나이테 속에 감추고 흰 눈이 내리거나
새가 앉거나 이제는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저 대지의 노래를 조금씩 가지에다 휘감는
나는 이제 늙은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