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사 -서벌 자부사 慈父思-서벌 괭이며 호미며 지게, 낫 · 쇠스랑 그런 것 밖에 더는 모르셔서 일자무식(一字無識)이셨으나, 내게는 언제까지나 하늘이신 울아버님. 뒷골 무논배미 무삶이 하시다가 내 중참 가지고 가 잠시 쉬시던 그 때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무슨 속맘 주셨을까. 어느 무덥던 날, 발.. 추천 시조 2020.05.09
꽃의 화법 -박권숙 꽃의 화법 박권숙 꽃대가 밀어올린 외로운 등대처럼 허공의 심장부에 빛을 꽂는 봉오리는 꼭 다문 입술로 깨문 붉은 독백 한 마디 가슴에 북받치는 말은 다 꽃이 된다 만발한 감탄사들 방백으로 처리되면 송이째 활짝 터트린 홍소 끝에 괸 눈물 지는 꽃 후두부엔 폐가의 뒤란처럼 묵음화.. 추천 시조 2020.04.27
섶마리 여자 -이숙경 섶마리 여자 햇살이 비친 만큼 그늘도 드리운 만큼 빽빽이 어우러져 서로 받드는 유월 늪 베어 낸 그루터기에 갈대처럼 서 본다 넘실거리는 샛바람 곁눈질에 엎드려 습지로 찾아드는 개개비 울음소리 구멍 난 셋잇단음 개개개 물크러져 나온다 한나절 가다 말다 반나절 귀 기울인다 잘 .. 추천 시조 2020.04.21
가을 항아리 /송선영 가을 항아리 / 송선영 속 깊이 숨어 있는 옛 소리 한 마당이여 빈 성(城) 밖 느티숲의 잠든 마당이 일어서면 긴 세월 들끓던 노을 홀로 새기는 항아리 이제는 비워내리 층층 고인 그 울음 어여삐 어루만져 실어내리 하늘 가에 이승의 얇은 시간대 홀로 삭히는 강이여 제8회 가람시조문학상 .. 추천 시조 2020.03.12
병산 우체국 /서일옥 병산 우체국 /서일옥 이름 곱고 담도 낮은 병산 우체국은 해변 길 걸어서 탱자 울을 지나서 꼭 전할 비밀 생기면 몰래 문 열고 싶은 곳 어제는 봄비 내리고 바람 살푼 불더니 햇살 받은 우체통이 칸나처럼 피어 있다 누구의 애틋한 사연이 저 속에서 익고 있을까. 추천 시조 2020.03.10
개나리 /이은상 개나리 .. 이은상 매화꽃 졌다 하신 편지를 받자옵고 개나리 한창이라 대답을 보내었소 둘이 다 봄이란 말은, 차마 쓰기 어려워서 Michael Buble Quando, Quando, Quando 그림 .. 노숙자 추천 시조 2020.03.03
다시 보리 베고 다시 보리 베고 강상돈 이맘때만 돌아오면 빈 땅의 빈 그림자 탈곡한 마을 어귀 한 줌 등에 지고 보면 아버지 한숨 소리도 등에 가득 지고 있다 쭉정이만 남아서 미안하게 물든 들녘 산 넘어 가는 구름 시위 풀고 가는 구름 하루해 댓 마지기 길 빚으로 온 여행길 이마에 솟는 땀이 내 이마.. 추천 시조 2020.01.15
부석사(浮石寺) 가는 길에 부석사(浮石寺) 가는 길에 박시교 이제 더는 잃어버릴 그 무엇도 없는 날 햇살이 길 열어놓은 부석사 오르면서 수없이 되묻던 생각 길섶에 다 내려놓다 대답이 두려워서 꺼내지 못하였던 그래서 가슴속에 응어리로 남아있던 함부로 보일 수 없었던 그 상처도 내려놓다 바라건대, 누군가.. 추천 시조 2020.01.08
빛나는 부재 /박정호 빛나는 부재 박정호 나무가 베어지고 마당이 넓어졌다 흔들림이 멈추었고 그림자가 사라졌다 그렇게 간단한 것을 … 햇빛이 가득하다 박정호 시집 『빛나는 부재』,《고요아침》에서 추천 시조 2019.10.25
단풍 /이승은 단풍 /이승은 열 번도 더 손사래 치며 가신다는 발걸음을 철없이 막아서던 잎눈 피던 날의 기억 이제야 더듬거리듯 발자국을 새깁니다 내게 있는 색깔들은 이미 다 버렸습니다 한창 젊은 날의 비리던 기침까지 기침 끝 오래 당부만 온 산천에 남습니다 등단 40주년 헌시 이승은 시조집 ㅡ.. 추천 시조 2019.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