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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는 것인가/ 석여공 외 #

청원 이명희 2017. 12. 19. 19:37

 

 

 

    된바람 / 서덕준 너는 나의 ... 옷자락이고 ... 머릿결이고 ... 꿈결이고 나를 헤집던 사정없는 풍속이었다. 네가 나의 등을 떠민다면 나는 .. 벼랑에라도 뛰어들 수 있었다.

 

 

 

 

 

 

 

    어쩌자는 것인가/ 석여공 내 안에 소리 없이 켜켜이 쌓이는 저 꿈 같은 것들 그대는 문 밖에서 문풍지 바람으로 덜컹거리고 나는 마음 안에 빗장을 걸었다 쌓여서 어쩌자는 것인가 갈 길 막고 올 길도 막고 마음 안의 빗장 마음 밖의 빗장 봄 오면 길 뚫릴 것을 그렇게 쌓여서 어쩌자는 것인가

 

 

 

 

 

 

 

    속눈썹의 우물/ 서덕준 험난한 이별 탓에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는데 갈라진 입술엔 메마른 파도만 일렁대는데 당신 생각으로 말미암아 솟는 이 울음은 대체 어디서 길어올린 것인지요.

 

 

 

 

 

 

 

    살아가는 이유 /박장락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갈 바람 타고 내게 다가오는 그대가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거야 가을 햇살처럼 따스하게 웃어주는 그대를 바라볼 수가 있기 때문이야 그대를 사랑하지 않고는 내가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없을 테니까 그리움이라도 있기 때문에 하루하루 그대를 생각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거야 가을 향기가 내 몸을 스치면 그대라 생각하고 코스모스 한들거림도 그대라 생각하며 내 맘속에 가득 차 있는 그대가 있기에 내가 살아가는 이유인거야

 

 

 

 

 

 

 

    사랑의 짐/ 박시교 더불어 사는 일도 때로는 힘에 겨워 세상 그 밖으로 아주 멀리 멀리 자신을 밀쳐버리고 싶은 그런 날 있다 이제 내게 잃어버린 그 무엇이 남았을까 사랑도 짐이 된다면 그마저도 버리고 싶다 더불어 사는 일이 아주 힘겨운 그런 날은

 

 

 

 

 

 

 

    꽃다발, 정호승 네가 준 꽃다발을 외로운 지구 위에 걸어놓았다 나는 날마다 너를 만나러 꽃다발이 걸린 지구 위를 걸어서 간다

 

 

 

 

 

 

 

    비와 술잔 /김궁원 내 그리움이 비처럼 내리는 밤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이 마음인 듯하여 술잔을 든다 한 잔 술에 마디마디 전해오는 술기운 앞에 내 안으로 향하는 또 하나의 내 모습은 비에 젖어도 한 잔 술로 부르다 두 잔 술에 기다리는 마음이 흔들릴 때면 석 잔 술은 이미 마셔 버렸고 빗소리에 한 잔 술은 내가 마셨는데도 술에 취한 듯 그리움에 취한 듯 빗물은 갈지자로 흐르고 있다 비가 내린다 이 비에 가지마다 파란 싹은 춤을 추겠지 햇살에 미소 지면서 먼 그리움을 모르는 꽃들은 그저 웃으며 한 잔 술에 취해가는 비가 오는 밤 그리움에 사람은 여기에 없다

 

 

Memories Of Autumn - Fariborz Lach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