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詩

저녁 안부 /이기철

청원 이명희 2018. 3. 13. 17:16

 

저녁 안부 /이기철

금호강 가에 저녁놀이 떨어집니다 일하던 사람들은 일손을 풀고 문패없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우엉잎도 돌나물도 찾아볼 수 없는 밤이 울고 싶은 사람만 마음 놓고 울 수 있는 밤이 처마를 누르며 찾아듭니다 거친 들판에는 아무도 씨 뿌리지 않고 풀잎의 얼굴을 한 사람들만 미농지 같은 잠을 청합니다 피나물과 바지락을 사들고 오는 아낙들의 얼굴이 더욱 멀어 눈시울을 적십니다 내일 아침 날빛 맞을 때까지 살아있는 이들이여 부디 평안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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