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詩

고요 /김선영

청원 이명희 2018. 7. 19. 06:53

 

 

        고요 / 김선영 이 마을엔 제일 많은 것이 고요이다 산에는 산만큼 들에는 들만큼 풀꽃 한 송이엔 풀꽃 한 송이만큼 고요 개울에는 개울물 소리보다 더 큰 고요가 동구 밖으로 흘러간다 고요가 냇물보다 큰소리를 내는 외딴 길에 서서 나는 고요의 여분이 되어 있다 아, 시간의 산맥을 넘어서서야 겨우 하나 무거운 고요를 가랑잎 같은 두 손으로도 번쩍 드는 법 칭얼대는 고요를 굽어진 잔등에 업어도 주는 법 비취의 달밤 푸른 물감에 적신 고요를 온몸으로 입는 법도 알게 되었다 고요를 외경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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