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맹의 전례 문자가 표정이라면
얼굴만 한 백지도 없다
마주한 두 손이 적는 문자는
하늘의 표기법을 따르고
미간의 간절함이 흐른 손바닥,
골 깊은 상형은 갑골문과 닮았다
반나절 따라가면 풀리는
난맥엔
가벼운 것들이 포개진 무게가 헐렁한 푼돈이 된다고 씌어있다
말끔히 치울 것이 없으면 쌓이는 것도 없어
문자의
소용이 다할 때 방향을 틀어나가는 파지
저기 웅크린 파지는
거친 바다에서 낱장 파도를 주웠을 것
거칠한 내력을 얼핏 읽어내는
눈은
미처 해독하지 못한 몇 권 갑골문임서를 다 따라 쓸 수 없다
헤엄친 만큼 들려주는 물살 같은 몇 줄 손바닥 예지가
흘러도
아직 몇 글자 새겨지지 않은
새파란 손을 올려다보는 눈들이 있을까
미처 문자가 되지 않은 내 손바닥을
내려다보면
하루를 뒤집지 못한
거북이 두 마리가 배를 드러낸 채 버둥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