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詩

납 /김현승

청원 이명희 2019. 7. 1. 14:36

 

 

납 - 김현승 나는 내가 항상 무겁다, 나같이 무거운 무게도 내게는 없을 것이다. 나는 내가 무거워 나를 등에 지고 다닌다. 나는 나의 짐이다. 맑고 고요한 내 눈물을 밤이슬처럼 맺혀보아도, 눈물은 나를 떼어낸 조그만 납덩이가 되고 만다. 가장 맑고 아름다운 나의 시를 써보지만, 울리지 않는다. -- 금과 은과 같이는 나를 만지는 네 손도 무거울 것이다. 나를 때리는 네 주먹도 시원치는 않을 것이다. 나의 음성 나의 눈빛 내 기침소리마저도 나를 무겁게 한다. 내 속에는 아마도 납덩이가 들어 있나부다, 나는 납을 삼켰나부다, 나는 내 영혼인 줄 알고 그만 납을 삼켜버렸나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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