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詩

상처라는 말 /이승희 외 #

청원 이명희 2018. 8. 2. 07:27

 

 

 

문득 ...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 얼마나 ..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해서 종은 더 아파야 한다 농담, 이문재

 

 

 

 

 

 

 

 

 

살고 싶어서 가만히 ... 울어 본 사람은 안다 목을 꺾으며 흔적 없이 사라진 바람의 행로 그렇게 바람이 혼잣말로 불어오던 이유 이쯤에서 .. 그만 죽고싶어 환장했던 나에게 끝없이 ... 수신인 없는 편지를 쓰게 하는 이유 상처의 몸 속에서는 날마다 내 몸에서 풀려난 괴로움처럼 눈이 내리고 꽃 따위로는 피지 않을 검고 단단한 세월이 바위처럼 굳어 살아가고 있지 상처라는 말, 이승희

 

 

 

 

 

 

 

 

 

문정희, 별 키우기 나만의 별 하나를 키우고 싶다 밤마다 홀로 기대고 울 수 있는 별 내 가슴속 가장 깊은 벼랑에 매달아두고 싶다 사시사철 눈부시게 파득이게 하고 싶다 울지 마라, 바람 부는 날도 별이 떠 있으면 슬픔도 향기롭다

 

 

 

 

 

 

 

 

 

강석화 / 아침을 사랑하는 이유 내가 아침을 사랑하는 이유는 아침마다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대가 나의 아침이기 때문이다 쉬이 저녁이 오더라도 설령 그대가 없더라도

 

 

 

 

 

 

 

 

 

겨울 - 조병화 침묵이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은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 노래만 남아 쌓인다 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 인간이 살다 간 자리를 하얗게 덮는다 덮은 눈 속에서 겨울은 기쁨과 슬픔을 가려 내어 인간이 남긴 기쁨과 슬픔으로 봄을 준비한다 묵묵히.

 

 

 

 

 

 

 

 

 

양현주, 가난한 날의 오후 외로운 사람은 한쪽 가슴이 찢어져서 기우뚱하다 창문 틈으로 볕이 부르면 들풀이라도 되어 잎 돌돌 말려 점. 점. 점 타들어가 언덕에 뿌리 채 눕고 싶었다 길을 걷는 동안 가장 가깝게 있고도 먼 풍경이 된 나무의 이름을 불러본다 이파리 틈, 사이사이로 태양이 침엽수에 찔려 우수수 쏟아진다 흔들리며 피는 송화(松花) 땅에 닿지 못한 꽃가루가 빈 하늘에 샛노란 편지를 쓴다

 

 

 

 

 

 

 

 

 

여름은 찜통 더위 속 거추장스런 옷 훌훌 벗듯 마음도 가벼이 거짓 없이 꾸밈도 없이 내 모습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며 그리움도 사랑도 폭 익히기 좋은 계절. 광활한 우주 속 한 점 먼지인 내가 별빛 같은 눈동자의 너와 어쩌다 인연의 옷깃 스치고 살짝 눈이 맞아 나 너를 사랑한다는 아련한 황홀감에 무더위도 깜빡 잊혀질 수 있으리 - 여름 / 정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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