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시조

우체국을 지나며 /문무학

청원 이명희 2018. 10. 23. 19:22



      우체국을 지나며 / 문무학

      살아가며 꼭 한 번은 만나고 싶은 사람
      우연히 정말 우연히 만날 수 있다면
      가을날 우체국 근처 그쯤이면 좋겠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기엔 우체국 앞만 한 곳 없다
      우체통이 보이면 그냥 소식 궁금하고
      써 놓은 편지 없어도 우표를 사고 싶다

      그대가 그립다고, 그립다고, 그립다고
      우체통 앞에 서서 부르고 또 부르면
      그 사람 사는 곳까지 전해질 것만 같고

      길 건너 빌딩 앞 플라타너스 이파리는
      언젠가 내게로 왔던 해묵은 엽서 한 장
      그 사연 먼 길 돌아와 발끝에 버석거린다.

      물 다 든 가로수 이파리처럼 나 세상에 붙어
      잔바람에 간당대며 매달려 있지만
      그래도 그리움 없이야 어이 살 수 있으랴.






                                              Nights of Silk & Tears / Ernesto Cortazar

                                              '추천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을이 지는 저녁에 /김일연  (0) 2018.11.07
                                              목탁  (0) 2018.10.24
                                              지팡이 /이한성  (0) 2018.10.05
                                              편지   (0) 2018.10.03
                                              이사/신필영  (0) 2018.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