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시조

지팡이 /이한성

청원 이명희 2018. 10. 5. 08:33

지팡이


 


 


이한성


 


무심코 손에 쥐어든 박달나무 막대 하나


어머니가 두고 가신 늙은 발이었다.


한세상 골곡진 길을 평발로 걸어오신


 


앞발이 이끈 대로 따라 나선 뒷발처럼


늙으면 지팡이도 의지하는 몸인 것을


불혹의 고갯길에서 발이 먼저 알고 있다.


 


동짓달 찬바람이 나이테를 감는 밤


발목이 붉은 박새 볼에 묻은 흰 점처첨


어머니 놋대접 사랑, 길을 환히 열고 있다.




이한성 시집 『전각』, 《고요아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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