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詩

고향 /정지용

청원 이명희 2019. 2. 2. 12:14



      * 고향 / 정지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 고요한 귀향 / 조병화

      이곳까지 오는 길 험했으나
      고향에 접어드니 마냥 고요하여라

      비가 내리다 개이고
      개다 눈이 내리고
      눈이 내리다 폭설이 되고
      폭설이 되다 봄이 되고 여름이 되고
      홍수가 되다 가뭄이 되고
      가을 겨울이 되면서
      만남과 이별이 세월이 되고
      마른 눈물이 이곳이 되면서

      지나 온 주막들 아련히
      고향은 마냥 고요하여라

      아, 어머님 안녕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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