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詩

빨래 /김수상

청원 이명희 2019. 9. 17. 08:50

 

 

 

    빨래 /김수상 당신과 크게 한판 싸우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빨래를 한다 이것저것 분간 없이 한목에 넣고 돌렸다 탈수를 한 빨래를 끌어올리니 셔츠와 바지와 수건이 지들끼리 엉겨 붙어 난리다 꼬인 팔과 다리를 다시 풀어내는데 잘 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 당신의 잘못도 내 잘못도 아니다 삶은 본래부터 엉키게 되어 있는 것 엉킨 빨래 풀어 널 듯 나를 너는 사람아, 나는 여기에 죄를 말리러 왔다 당신 앞의 볕이 참 깨끗하였다 김수상 시집 『편향의 곧은 나무』, 《한티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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