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김수상
당신과 크게 한판 싸우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빨래를 한다
이것저것 분간 없이 한목에 넣고 돌렸다
탈수를 한 빨래를 끌어올리니
셔츠와 바지와 수건이
지들끼리 엉겨 붙어 난리다
꼬인 팔과 다리를 다시 풀어내는데
잘 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
당신의 잘못도 내 잘못도 아니다
삶은 본래부터 엉키게 되어 있는 것
엉킨 빨래 풀어 널 듯 나를 너는 사람아,
나는 여기에 죄를 말리러 왔다
당신 앞의 볕이 참 깨끗하였다
김수상 시집 『편향의 곧은 나무』, 《한티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