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장국을 우리며/정나영
가야 할 길이 멀어 생각도 허기진 날
마른 멸치 한 줌으로 장국을 우려낸다
퍼렇게 일어선 물결, 바다도 함께 우린다
오기도 부끄러움도 끓는 열탕 속으로
한 시대의 사투리가 짤막하게 지나가면
수평 밖 거친 물결도 은빛으로 날이 선다
파도의 등솔기를 갑판 위에 남겨두고
해체된 속살만큼 편서풍에 실려오는
섬 하나 닻을 내리고 가만히 와 앉는다
정나영 시조집 『별빛도 못 갖춘 마디』, 《목 안 예언》에서
멸치장국을 우리며/정나영
가야 할 길이 멀어 생각도 허기진 날
마른 멸치 한 줌으로 장국을 우려낸다
퍼렇게 일어선 물결, 바다도 함께 우린다
오기도 부끄러움도 끓는 열탕 속으로
한 시대의 사투리가 짤막하게 지나가면
수평 밖 거친 물결도 은빛으로 날이 선다
파도의 등솔기를 갑판 위에 남겨두고
해체된 속살만큼 편서풍에 실려오는
섬 하나 닻을 내리고 가만히 와 앉는다
정나영 시조집 『별빛도 못 갖춘 마디』, 《목 안 예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