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시조

욕의 문양 /정수자

청원 이명희 2019. 4. 9. 09:14

욕의 문양


 


 


정수자


 


 


 


모독을 견디는 건 독(毒)을 매만지는 일


 


단물이 밸 때까지 쓴웃음을 짓씹으며


 


서서히 삭아 내리는 자신을 바라보는 일


 


제 목을 제가 치며 똥물까지 토해 봐도


 


생의 구정물은 어디선가 닥치는 것


 


눈 뜬 채 매장 당하는 흉몽의 난입처럼


 


사는 한 맞는 것이 욕이라는 벼락이면


 


안고 탈 밖에, 다시 사는 길이라면


 


독 오른 상처일수록 꽃문양을 기른다고


 


 


 


정수자 시집 『그을린 입술』, 《발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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