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테*
정평림
물수제비 뜨고 있네, 해거름 가을 강가에서
멀리 던진 지난날들 튀어 봐야 천 길 물속
꼬리 긴 진경산수가 일렁일렁 실려가네
낮게 낮게 가는 여정 몇 몇 소(沼)에 몸을 풀 때
떠들썩한 여울 거품 귀를 씻듯 빙빙 돌 뿐
짊어진 무게만큼이나 잊고 가라 타이르네
예서 놀던 깨복쟁이 소식 알 길 아득하고
제 나이 들대로 들어 하마 강 다 건넜는지
납작한 잔돌을 주워 둔치에다 팔매치네
* 망각의 강.
ㅡ 『공정한시인의사회』(2019,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