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고도 /김일연 차마고도 김일연 눈앞에 길 있으매 걷지 않을 수 없고 그대 알아버린 맘 거두어들일 수 없어 두 발이 부르트도록 구름 영봉을 넘네 계간 『동서문학』2019 여름호에서 추천 시조 2019.06.12
주문진 간고등어 주문진 간고등어 민승희 어물전 좌판 위로 벚꽃잎이 흩날린다 어기차게 소리치는 장돌뱅이 상수 엄마 잘 절인 고등어 처럼 오목가슴 조여와도 뒷소문만 남겨 놓고 바다로 간 지아비 그 바다 눈 흘기며 접은 허리다시 펼 때 간기 밴 쉰 목소리가 장마당을 훑고 있다 봄볕이 꼬물대는 나른.. 추천 시조 2019.05.27
지난친 직설 /한분순 지나친 직설 / 한분순 은유를 잊은 도시 소란이 미세하다 문명의 독백득, 밷어 내는 자욱함 모두가 우주의 먼지 마스크 속 조자아 . 추천 시조 2019.05.24
욕의 문양 /정수자 욕의 문양 정수자 모독을 견디는 건 독(毒)을 매만지는 일 단물이 밸 때까지 쓴웃음을 짓씹으며 서서히 삭아 내리는 자신을 바라보는 일 제 목을 제가 치며 똥물까지 토해 봐도 생의 구정물은 어디선가 닥치는 것 눈 뜬 채 매장 당하는 흉몽의 난입처럼 사는 한 맞는 것이 욕이라는 벼락이.. 추천 시조 2019.04.09
후회 /김강호 후회 /김강호 의심 없이 온전히 믿고 믿음 벽을 쌓았는데 누군가 불신의 벽돌 껴넣은 적 있었다. 그 벽돌 하나 때문에 지금 나를 헐고 있다 -《시와 문화》 2019. 봄호 추천 시조 2019.03.11
촛불 /박권숙 촛불 박권숙 꼿꼿이 서서 죽은 꽃 한 송이 피어 있다 어둠을 향해 던진 돌 대신 꽃을 들고 어둠을 한 발짝씩 지우고 선 꽃을 들고 어둠의 뿌리 삼고 단애 삼고 하늘로 삼은 꽃을 들고 단 일획 생사를 긋는 저 치명의 눈부심 현대시조포럼 앤솔러지 『개뿔』,《고요아침》에서 추천 시조 2019.01.09
물고기의 영혼 물고기의 영혼 염창권 꿈에서 본 그 여자는 물고기를 닮았다 잘 닦인 눈엣 말로 내 행적을 물어올 때 부표를 잘라낸 끈이 물속에서 흔들렸다 물 깊이의 중간 혹은 바닥에서 명상할 때 환몽인 듯, 생애들이 측선 따라 흘러갔다 헤엄쳐 내 수심을 재며 맴돌다 간 지느러미 어느 핸가 해일 높.. 추천 시조 2019.01.02
그물 / 김제현 그물 / 김제현 늙은 어부 혼자 앉아 그물을 깁고 있다 매양 끌어올리는 것은 파도 소리며 달빛뿐이지만 내일의 투망을 위해 그물코를 깁고 있다 알 수 없는 수심을 자맥질해 온 어부의 젖은 생애가 가을볕에 타고 있다 자갈밭 널린 그물에 흰 구름이 걸린다. (제9회 중앙시조대상 대상 수.. 추천 시조 2018.12.04
기억 돌리기 / 김정 기억 돌리기/김정 둥글게 둘러 앉아 손수건 돌리는 시간 빙그르 돈다돈다 색색 환상 따라 돈다 집나간 어르신 기억 길을 놓쳐 버렸다 신이 난 편서풍은 용용용 놀려대고 불안한 나침판은 바늘이 머뭇머뭇 목에 탁 걸린 한 마디 쉽게 뱉질 못한다 화살은 정확하게 과녁에 꽂혔지만 교차로 .. 추천 시조 2018.12.04